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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배드블러드: 의료계의 애플.. 테라노스의 흥망성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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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책에대한 강려크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의학지식이 없는 사람입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아니다.

다만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다가 크게 망한 스토리는 항상 나에게 흥미롭다. 미국 엔론사의 분식회계로 인한 부도가 그랬고 한국의 IMF , 월스트리트의 이면을 보여준 리만브라더스를 포함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폭스바겐의 디젤엔진 조작 같은 이야기는 사건 후 사회의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일반인들에게는 흥미로운 주제가 되기도 한다. 

내가 못돼먹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이러한 크게 망하는 스토리의 이면을 읽는것은 항상 흥미롭다.


테라노스의 CI, 이름도 그렇고 뭔가 단순하지만 잘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배드블러드 :: 테라노스의 비밀과 거짓말" 은 2017년에 사라진 실리콘벨리의 회사인 테라노스의 흥망성쇠 와 실체를 파해치기 위한 취재에 대한 기록이다. 작가인 존케리루는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자로 테라노스의 실체를 파해쳐서 퓰리쳐상을 받았다. 

전세계의 기술적 진화를 대표하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당장 회사가 끊임없는 적자에 시달려도 혁신에 대한 미래의 가치를 인정 받으며 몇년이 넘는 오랜 기간동안 벤처 투자자들로 부터 지원을 받는다. 우리가 잘 아는 쿠팡, 우버, 위워크 등이 여전히 적자이며 현재 미친 시가총액을 기록하는 아마존이나 테슬라 도 오랜기간 적자의 시절이 있었다. 제2의 아마존이 탄생하기를 기대하며 벤처투자자 들은 괜찮아 보이는 스타트업을 끊임없이 찾으려고 노력한다. 

실리콘밸리의 잘나가는 회사들의 특징은 "파괴적 혁신" 이라는 단어로 말 할수 있는데 기존 시장에 오랫동안 점유하고 있는 전통적인 산업시장에 다른 접근을 통해 시장을 변화시키는데 있다. 예를들면 아이폰을 통해 기존 휴대폰 시장을 변화 시켰으며 테슬라는 전기자동차 와 태양열 + 충전솔루션 + 전기에 대한 저장의 개선등을 통해 수십년동안 큰 발전이 없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혁신하고 있다. 우버는 수십년 동안 이어져온 택시업계에 불법과 합법의 사이에서 도전하고 있다. 

테라노스는 가장 보수적인 의료 부분에 "파괴적 혁신" 을 적용하는 것으로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손끝에서 채혈한 단 한방울의 피로 수십가지의 병을 진단할 수 있는 것을 모토로 삼고 회사를 운영했다. 




완성되지 않은 & 완벽하지 않은 기술


우리가 건강검진 등을 이유로 채혈을 할때 정맥 혈을 이용한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양의 피를 채혈한다. 그래서 간호사들이 우리의 혈관을 찾기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혈관 에서 채혈을 해야 혈액에 대한 다른 변수의 영향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테라노스는 채혈은 손끝에 Sample collection Device 를 통해 나노테이너튜브 로 소량의 혈액이 이동하는 방식이다. 사람들은 기존의 채혈방식을 바꾼 큰 혁신이라고 환호했다.

테라노스의 채혈장비, 이름도 "나노테이너" 라고 지어 애플스럽게 지었다.



하지만 혈관이 아닌 손끝에서 채혈한 소량의 피를 가지고 어떻게 수십가지 증상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철저히 비밀에 붙여졌다. 실제로 많은 의학 관련 학자들과 화학자 들이 테라노스에 일했었는데 테라노스 직원들 사이에서도 진단 장비에 대한 접근은 철저히 제한되었다. 테라노스에 근무하는 사람들도 장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던 것이다.




테라노스의 진단 장비상세, 그럴듯 해 보이지만 사람과 덩치가 큰 혈액분석기 가 하던일을 작은 공간에 밀어넣었다고 한다.

 

일반적은 채혈에 비해 극히 적은 소량의 혈액을 동맥에서가 아닌 손끝에서 추출을 하고 지멘스 등 전통적인 장비보다 아주작은 장비에서 사람이 하는일을 포함한 모든 일을 진행해야 하니 진단이 제대로 될리가 없었다. 장비안에는 소형 로봇이 튜브를 이동시키기도 했으며 이러한 이동중 튜브가 손상이 되기도 했다.

 추출한 혈액량이 아주 작다보니 진단을 위해 물에 희석해야 하는 양이 기존 장비들에 비해 엄청났다고 한다. 같은 시료에서도 결과값은 항상 달랐다. 장비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은 장비 내에서 결과값에 영향을 주었으며 진단하는 방식도 기존 혈액분석 장비와 다르지 않았다.

이런 완벽하지 않은 장비를 통해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결과에 대한 조작이 필요했다. 출장지에서 기계에 대한 시연 시 소프트웨어 조작등을 통해 문제없이 작동하는 것처럼 연기 하였으며 실험실에서의 채혈 및 시연등은 지멘스 등 기존 혈액분석 장비를 몰래 이용하였다.

월그린 등 채혈센터등에서 채혈된 혈액은 적절한 보관장치 없이 우편으로 수집되어 분석이 되었으며 배송 중 파손이나 변질되는 케이스도 많았다.

테라노스는 최종목표는 지금은 키트를 통해 채혈한 피를 실험실로 보내 분석하는 것이지만 결국은 이러한 진단장비를 각 가정이나 군부대에 보급해 만성적인 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이러한 장비를 가정에서 직접 이용하게 하려 했었다.

물론 그 전에 회사는 망했지만 말이다.


* 의학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반인 이지만 듣기로는 극히 소량의 혈액, 게다가 손끝에서 채혈된 혈액으로 병을 진단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 하다고 한다. 




스티브잡스가 되고 싶어했던 CEO "엘리자베스 홈즈"


홈즈가 들고있는 저 작은 튜브가 채혈된 혈액이 보관되는 나노튜브 이다.


뭐 이사람 뿐이겠냐만 이 사람은 정말로 의료계의 스티브잡스가 되고 싶어했다. 스티브 잡스처럼 검은색 터틀넥을 주로 착용 했으며 전체적인 회사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광고 마케팅회사 역시 애플이 오랫동안 거래했던 회사와 진행을 했다. 

채혈 키트와 분석장비 역시 애플의 제품처럼 심플하고 작고 간결하게 디자인 했으며 모든 키트 및 장비들이 "쿨" 해 보이게 디자인 되었다.

또한 실리콘 벨리에서 여성 CEO 라는 유리천장을 뚫기위해 (생각보다 실리콘벨리가 마초적이고 보수적이라고 한다.) 목소리를 두껍게 남자처럼 이야기 하기도 한다. M.I.T 를 중퇴한 그의 개인적인 스토리와 금발의 키큰 똑똑한 여성이라는 이미지 역시 그녀를 더 돋보이게 만들었다. 마치 하버드를 중퇴한 "마크 주커버그" 나 "빌 게이츠" 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테라노스가 언론에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그녀가 Fortune 지에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혁신과 여성의 아이콘의 상징이 된 그녀는 TED 에 강연을 하기 시작했으며 성공한 여성 CEO 의 상징이 되었다. 수많은 언론에서 그녀를 주목하기 시작 하였으며 많은 강연과 인터뷰를 통해 테라노스의 이미지를 상승시켰다. 

그 이후 수많은 돈이 테라노스로 투자 되었으며 상장 전 회사의 가치는 10조원 으로 평가 받았다. 

기술에 대한 의학계의 의심은 언론이 만들어준 혁신의 이미지로 극복 해 냈다.


미국 정치계의 거물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도 테라노스의 사외이사 였다.


또한 미국에서 저명한 정치인, 퇴역군인 등을 사외이사로 선임하여 의학계의 규제를 돌파하려고 했다. 

투자자 들은 언론에서의 테라노스 집중조명과 사외이사등의 유명세를 보고 "잘은 모르겠지만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뭔가 뛰어난 기술이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테라노스에 투자를 했다. 미국의 최대 약국체인 월그린은 의료계의 혁신에 뒤쳐지는 것이 두려워 약국 내에 채혈센터 설치등을 포함하여 큰 투자를 테라노스에 진행했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곳에서 급진적인 혁신이 가능할까?


미국의 최대 약국체인인 월그린과 계약하여 테라노스 채혈센터를 만들기도 했다. 이로인해 월그린은 큰 손해를 보았다.


위에서 언급했듯 테라노스의 장비 및 기술은 철저히 비밀에 붙여졌으며 이는 테라노스 직원, 투자자들 역시 마찬가지 였다. 각 직원들의 커뮤니케이션은 철저히 차단 되었으며 사내 메신져 사용도 극히 제한되었다.

내 생각이지만 구글이나 다른 실리콘밸리의 기업처럼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하여 통계에 기반하여 빅데이터를 통한 서비스나 예측서비스를 제공하듯이 테라노스는 혈액에 대한 빅데이터를 만들어 내어 통계나 AI 를 통해 질병을 예측하는 것이 최종 목표였다고 생각이 든다.  

테라노스는 장비를 개선하기 위해 끊임없는 혈액 샘플이 필요했다. 많은 직원들은 장비 테스트 및 데이터 표본을 위해 끊임없이 체혈을 해야 했으며 가족의 혈액까지 제공해야 했다.

또한 퇴역장군을 사외이사로 섭외하여 로비를 통해 미군의 혈액을 이용하려고 했다. 이라크 전쟁같은 전쟁터에서 우리의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는 명분하에 말이다.. 물론 FDA 의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이는 물거품이 되었다.

게다가 의료적인 지원이 필요한 개발도상국 에 의료 지원을 한다는 명분하에 혈액에 대한 표본을 구하기 위해 정부에 로비를 하고 수많은 비윤리적인 일에 연관되었다.  


테라노스는 의학저널이나 논문 보다 IT 업계나 투자업계에서 더 많이 등장 했었다. 테슬라와 다르게 생명을 다루는 의료업계에서 파괴적 혁신은 생명의 경시를 야기할 수 밖에 없다.


생명을 다루는 의료업계에서 실리콘밸리의 속도로 변화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던 이유는 홈즈의 이미지 메이킹도 있겠지만 그 배경에는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병원비에 분노하는 것도 그 배경이 될 수 있다.

국가적 건강보험이 오바마 정부때 시작되긴 했지만 트럼프 정부 정책과 기존 민간보험 혜택을 받는 사람들의 혜택저하 등을 이유로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있다.

미국은 막대한 돈과 군사력으로 으로 전세계를 지배하지만 병원비가 없어 일반 사람들이 죽어가는 곳이기도 하다. 이때문에  소시민들은 테라노스 같은 회사에서 의료계의 혁신을 바래왔을수도 있겠다. 다만 그 방법에서 너무나도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말았다.

실리콘밸리 혁신의 탈을 썼지만 회사의 운영은 그 어떤 회사보다 보수적이었으며, 전통적인 정치인 로비와 마케팅을 통해 회사를 운영하려 했다. 

책을 읽을수록 더욱 확신이 드는건 그녀가 단순히 투자자를 뒤통수 치고 돈을 위해 여기까지 온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녀는 지금 테라노스의 기술이 부족 한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언젠가는 될 것이라는 자기애 적인 확신이 넘쳤다.

하지만 장비 및 채혈양의 물리적인 사이즈를 제한하고 동시에 빅데이터를 통한 혁신을 노렸기 때문에 결국 회사는 사라지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기존 채혈 프로세스의 1부터 100까지 모두다 뜯어고치려 한 것이 회사가 없어지게 된 계기가 아닐까.. 개인정보이기에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기존 채혈장비를 통해 혈액에 대한 빅데이터를 우선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선택하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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